2009.06.10 14:25

굿 바이, 채점회피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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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를 하면서 제일 신나는 일은 긴 여름 방학을 맞이하는 것이다. 학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더 신나는것은 강의이다. 매번 강의를 기쁨과 긴장으로 준비한다. 박사과정부터 미국학생들 가르쳤으니 약 23년정도 강의한 셈인데, 아직도 긴장감이 돈다. 나쁜 긴장감이 아니라 설레이는 마음과 새로운 대화를 기대하는 그런 종류의 긴장이다. 강의는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다.

그러나 교수를 하면서 제일 싫은 일이 있다면 채점하는 일이다. 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표현한적 있지만 나는 채점을 유별나게 싫어 한다. 인디애나에 있던 동료 교수는 "조그만 방에 채점거리를 많이 가져다 놓고 채점하게 하는 곳"을 지옥으로 표현하기도 해서 웃은적이 있다. 

나는 분명 채점회피 증후군 (내가 자가진단으로 만들어 낸 병명)의 환자 였던것 같다. 채점거리가 많은 사무실에는 들어 오기가 싫어서 사무실 주변을 빙빙 돈다. 한참만에 용기내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채점중에는 입맛도 없고, 잠도 편치 못하다. 그때 마시는 커피는 좀 쓰게 느껴지고, 그때 듣는 음악은 소음일때가 많다. 신경도 예민해 지고, 스트레스로 힘들어 한다. 이 블로그를 읽고 있는 지체중 이같은 증세를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면 당신은 채점회피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얼마전 그 증후군을 치료를 받았다. 고질병인줄 알고 괴로워 했는데 그것은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 이제는 여겨 진다.

치료법은 은혜이다. 그 증후군으로 괴로워 하던 지난 학기말중 나는 기도하다가 나는 나의 그같은 고질병에대해 회개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일을 왜 너는 그런 나쁜 태도로 임하느냐라는 내적 음성이었다. 혹 채점하는 시간이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예배가 되게 할 수 없냐는 것이다. 나는 갑자기 무엇에 얻어 맞은양 멍하게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같이 부정적인 태도를 아무런 질문과 사고 및 기도가 없이 그냥 "지루하고 괴로운 일"로, 즉 당연히 격는 증후군으로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을 그렇게 받아들인 결과가 나를 그렇게 괴롭게 했던 것이다.

한참을 회개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이 사역을 그 같이 부정적이고 억지로 하는 마음으로 드린것이 마음이 아팠다. 교수라는 직분과 사역은 분명 하나님이 주신것임으로 내가 주의 이름으로 섬기는 일들은 하나님께서 받으시기에 기뻐하시는 산 제사로 올려 드려야 한다. 한참의 회개를 통해 이제 마음을 정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채점도 예배이다. 강의 들어가기전과 후에만 기도하는것이 아니라, 채점 전, 후, 중간에도 기도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예배의 자세로 주변을 깨끝하게 하고, 나의 복장도 강의때처럼/예배때 처럼 단정히 하여 임하자고...

결과는? 교수로 섬긴 이후 처음으로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채점을 해보았다. 아이들의 답을 하나 하나 읽으며 웃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며, 또 안타까워 하고... 입에서 찬양도 나왔고, 커피맛도 되돌아 왔고, 잠도 편히 잤다. 사무실이 무섭지도 않았다. 나는 이렇게 또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다. 믿는 이들의 삶은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 하지 않고 내 힘으로 살겠다는 것은 내가 진 십자가의 무게로 스스로 질식하여 지쳐서 사는 삶일지 모르겠다. 내 삶을 채점하실 예수님을 뵈올때 까지 바른 걸음으로 매 순간을 예배로 그분께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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